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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사라진 DMZ 초소 일반에 첫 공개…"저기가 고향, 많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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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사라진 DMZ 초소 일반에 첫 공개…"저기가 고향, 많이 왔네"
  • 우준희 기자
  • 승인 2019.08.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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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 철거 경계초소 터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오는 10일 개방하는 파주 ‘DMZ 평화의 길’ 코스는 임진각에서 출발해 도라전망대, 철거 경계초소(GP)까지 총 연장 21km 구간이며, 고성 구간, 철원 구간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방하는 길이다. 2019.8.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한국경제뉴스 = 우준희 기자] 9일 경기 파주시 소재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군사분계선(MDL) 건너 북측 DMZ에 자리잡은 북한측 GP와는 불과 780m 거리다. 양측 군인들이 60년 넘게 서로의 동태를 살피던 이곳 최전방 GP에는 이제 더이상 군인들이 없다.

66년 넘게 시간이 멈춰버린 DMZ에는 제멋대로 자란 풀과 나무들이 풍기는 한여름 짙은 풀냄새, 그리고 목청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들만이 주인 행세를 한다. 적을 감시하는 초소의 목적에 충실하듯 한 눈에 들어오는 북측 GP만이 덩그렇게 놓여 묘한 이질감을 선사했다.

적막한 DMZ 너머로는 개성땅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북쪽의 군장산, 금암골, 기정동 마을 등 북녘을 바라보던 이산가족 박치호씨(84)는 "여기서 저쪽을 바라보니 기가 막히네. 도라산전망대보다 더 가깝게 잘 보여. 30분이면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 발을 굴렀다.

열다섯에 고향인 당시 '경기도' 개성을 떠나 왔다는 박씨는 "저 산 뒤쪽이 바로 내 고향인데 아직도 어릴적 고향 기억이 생생해"라며 감회에 젖었다.

박씨는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최종환 파주시장을 비롯해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 이산가족, 초등학생 등 40여명과 함께 철거 GP를 찾았다. 이들은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 전면 개방에 하루 앞서 사전 행사격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정부는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을 오는 10일 전면 개방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비무장지대는 국민의 것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이후 정부는 지난 4월 고성구간과 6월 철원구간을 개방한 바 있다.

파주 구간은 전체 21㎞로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임진각에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철책선을 따라 1.3㎞를 걸어서 통일대교로 이동한 후 버스로 도라전망대와 철거 GP까지 둘러보게 된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로 철거된 GP는 파주 구간에서 민간인들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당시 남북은 DMZ 내 GP 11개를 시범 철거하기로 하고 이 중 1개를 보존했다.

 

 

 

 

 

 

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파주 철거 경계초소 통문에서 군인들이 문을 개방하고 있다. 오는 10일 개방하는 파주 ‘DMZ 평화의 길’ 코스는 임진각에서 출발해 도라전망대, 철거 경계초소(GP)까지 총 연장 21km 구간이며, 고성 구간, 철원 구간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방하는 길이다. 2019.8.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철거 GP를 가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통문을 넘어가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DMZ를 느낄 수 있다.

철책선 근처에서 무장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을 뒤로 하고 MDL에 더 가깝게 다가갈수록 울창한 숲속에 있다는 느낌이다. 고요한 비무장지대가 평화롭게 느껴진단 생각이 들 때쯤, 풀숲 사이로 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구 장단면사무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1934년에 지어져 장단면의 행정 업무를 총괄했던 장단면사무소는 기둥과 벽면에 총탄으로 인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전쟁 당시 치열했던 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단면사무소를 지나면 철거된 GP에 다다르게 된다. 짧은 언덕을 오르면 감시초소라는 역할에 걸맞게 탁 트인 북쪽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쪽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김경숙 해마루촌 이장은 철거 당시 마지막 GP장이었던 김태영 중위의 설명을 들은 후 "저기가 다 우리 같은 한민족 땅, 우리 국토라는 거 아니에요. 금방이라도 닿을 듯 한데, 정말 감회가 새롭네. 눈물이 날 것 같아"라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GP에는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만들어진 소망나무와 DMZ 평화의 종 등 역사적 장소를 기념하는 장식물들이 세워져 있다. 이 곳을 다녀가는 이들은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소망나무에 달 수 있다.

초등학생인 고현석군은 "얼른 통일이 되어서 북한에 가보고 싶다"고 적었고, 변도영군은 "빨리 통일이 돼서 북한 학생들과 친구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카드를 소망나무에 걸었다.

이날 김연철 장관과 이재명 지사는 평화의 종을 울렸다. 김 장관은 "9·19 군사합의의 성과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좀 더 높은 수준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이뤄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고 그 바탕에서 공동번영의 기회를 확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파주 철거 경계초소에서 DMZ 평화의 종을 울리고 있다. 오는 10일 개방하는 파주 ‘DMZ 평화의 길’ 코스는 임진각에서 출발해 도라전망대, 철거 경계초소(GP)까지 총 연장 21km 구간이며, 고성 구간, 철원 구간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방하는 길이다. 2019.8.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66년만에 민간인의 발길을 허락한 DMZ는 지난해부터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를 실감하게 했다. 서부전선의 GP를 철거하며 경계지역을 조금 더 좁히는 변화를 가져왔고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의 일상도 변하게 했다.

민통선 내에 위치한 통일촌 이완배 이장(66)은 남북이 확성기를 이용한 '소음 전쟁'을 벌여왔던 과거를 언급하며 "마을 사람들이 지금은 편하게 다리를 뻗고 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이장은 잠시 소강 상태인 남북관계에 대해선 "많이 왔잖아, 더 좋아지겠지. 점점 더 좋아지겠지"라고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51)도 "남북정상회담 때 우리 대통령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면서 대남방송도 없어지고, 정말 사람 사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며 "휴전되고 나서 지금까지 갈 수 없었는데 지금 길이 한번 열린 것"이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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