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3 22:45 (금)
대한항공 모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혐의로 법정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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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모녀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혐의로 법정에 서
  • 한국경제뉴스
  • 승인 2019.05.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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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왼쪽)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 연합뉴스

[한국경제뉴스 = 이수현기자] 대한항공 총수일가 모녀가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2일 연이어 법정에 섰다. 먼저 재판을 마친 고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는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이 끝나자 딸을 껴안고 "엄마가 미안해, 수고했어"라며 다독였다.

원래 재판은 4월 9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날짜가 바뀌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두 사람의 위계공무집행방해·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건 1차 공판을 진행했다. 모녀는 현행법상 금지된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고용을 위해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비자를 발급받아 초청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재판 10분 전인 오전 10시 20분경 법원에 도착한 이명희씨는 혐의 인정 및 불법 비자 발급 지시 여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문 채 검색대를 통과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차분하게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가 변호인의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대목에선 적극 나섰다.

이명희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가사도우미 비자 불법 연장 부분을 해명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이 사건이 불거지고 알았다"며 필리핀인 가사도우미가 불법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도 제가 (대한항공에) 직접 뭘 하라고 한 적도 없고, 일하는 아이 여권도 회사에서 갖고 있어서 때가 되면 (비자 연장 처리를) 해주고 그게 사실"이라면서 고용부터 비자 문제까지 지시하거나 부탁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40년 이상 전업주부로 살았던 피고인(이명희씨)이 주말까지 일할 수 있는 도우미가 필요해 남편 회사 비서실을 통해 필리핀인 도우미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이 허위 초청 또는 체류기간 연장 관련해 모든 것을 지시·총괄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는데 증거기록 어디를 봐도 객관적·직접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세간에선 재벌가 사모님이라 모든 걸 지시·총괄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냥 부탁만 하면 알아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결백을 주장하는 어머니와 달리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기자들을 피해 재판 직전 법정에 나온 조 전 부사장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변호인은 판사가 공소사실에 관한 의견을 묻자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명희씨는 증인까지 신청하고 검찰 쪽 제출 자료 일부에 대해 증거 채택 부동의 의견도 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증거 채택에 전부 동의했다. 변호인은 또 10분 가량 최후변론을 하는 내내 조씨의 개인사정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피고인은 늦은 나이에 쌍둥이 아들을 두게 되면서 일과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 상황에 놓여 많은 워킹맘들이 그러하듯 도우미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주말에도 일할 사람을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외국인 도우미 생각에 이르렀다. 법 위반에 적극적인 인식이나 의도가 없다는 사정도 참작해달라. 가사도우미 초청·고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회사에 부탁했고, 부탁 자체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깊이 반성한다. 그러다보니 직원들까지 연루돼 많은 조사를 받는 등 큰 불이익을 받은 점 송구스럽도 죄송하다. 또 피고인이 아이를 갖게 된 후 소위 말하는 회항사건이 생겨서 구속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던 사정이 있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인과 피고인의 가족은 검찰, 경찰, 국세청, 출입국 관리소 등 굉장히 많은 국가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부친은 지난달 운명을 달리 했다"며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송까지 당해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점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는데, 변호인 역시 "벌금형으로 선처해주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변호인이 말을 마치자 안재천 판사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고 조 전 부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해 회사 업무와 병행하다보니 나름 편의를 도모하고자 필리핀 도우미를 고용하게 됐다"며 "법적인 부분을 숙지 못하고 이런 잘못을 저질러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약 50분간 진행됐고 안재천 판사는 이명희씨의 2차 공판을 6월 13일 오후 4시 30분에 열고 양쪽이 1명씩 신청한 증인들을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 재판의 경우, 6월 11일 오후 2시에 판결이 선고된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 맨 뒤에 앉아서 딸을 지켜보던 이명희씨는 조 전 부사장에게 다가갔다. 그는 "엄마가 미안해, 수고했어"라며 한쪽 팔로 딸을 안았고, 조 전 부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따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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